도시농부 김상호

<3> 세계 4대 식량 감자(상)


어디서나 잘 자라고, 3개월이면 수확

 

나는 ‘감자’예요.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 가운데 하나로 꼽히죠.

나는 특히 흉년으로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 때, 사람들을 돕는 먹거리(구황작물)로 유명해요.


가뭄이나 폭설 등 환경 재난이나 전쟁이 발생하면 좁게는 지역이, 넓게는 세계 곳곳의 나라들이 식량 부족으로 힘들어해요.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생산과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전 세계 물가가 치솟았고, 여러 나라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어요. 

이렇게 힘들 때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게 바로 나와 내 친구들, ‘감자’입니다.

 

‘씨감자’ 3개월이면 맛있는 감자 주렁주렁

우리는 생명력이 아주 강해요. 기후만 맞으면 척박한 땅(기름지지 못하고 몹시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어요.

특히 재배 기간이 아주 짧아요. 땅에 ‘씨감자’(씨앗이 되는 감자)를 심은 뒤 3개월이면 수확해서 감자 여러 알을 먹을 수 있죠. 우리의 장점은 또 있어요. 

다른 식량 작물은 사람의 보살핌을 원해요. 영양을 보충해 달라고 해서 비료를 뿌리고, 병충해 예방약을 달라고 해서 약을 뿌리기도 해요. 이래저래 키우기 힘들죠. 

이에 반해, 우리는 까다로운 요구 사항이 거의 없어요. 참 착하죠?

어디서나 잘 자라고, 많은 양을 짧은 기간에 수확할 수 있으니 대체식량으로는 최고로 꼽혀요. 우리가 없었다면, 인류는 굶주림 때문에 더욱 큰 고통을 겪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우리에게만 의존했다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실제로 슬픈 역사적 사건이 있어요. ‘아일랜드 대기근’이에요.

 

씨감자, 심기 전 ‘재’로 소독 필수

너무 의존하면 안 되지만, 잘 활용하면 유용하고 맛도 좋은 감자. 

어떻게 자라고 열매를 맺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신기한 사실 한 가지 알려 드릴게요. 

쌀, 밀, 옥수수 등 대부분의 식량 작물은 씨앗을 뿌려서 싹을 틔우고 재배해요. 

하지만 감자는 달라요. 감자를 수확하 려면 ‘감자’를 심어야 해요.

이것을 ‘씨감자’라고 하죠. 씨앗 역할을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는 씨앗이 아니라 감자예요. 씨감 자를 심을 때 작은 감자는 통째로 심어요. 

조금 큰 감자는 싹이 돋아나는 자리(배아)를 기준으로 2~3조각으로 잘라서 나눠 심죠.

이렇게 감자 하나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심을 때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몸을 ‘소독’해야 해요. 칼로 잘라서 그대로 심으면 땅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요. 

어린이 여러분이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듯, 우리 감자도 과육이 드러나면 소독을 해야 제대로 자랄 수 있어요.

가장 널리 쓰이는 소독 방법은 재를 묻히는 것입니다.

칼로 잘린 부분을 재로 문질러 잘 소독한 뒤 땅에 심어 주면 우리는 열심히 자라나요. 

3개월만 지나면 맛있는 덩이줄기, 즉 감자를 사람에게 제공합니다.

 

도시농부 김상호

 

아일랜드 인구 절반으로 줄인 ‘감자’

17세기 아일랜드는 영국의 식민지였어요. 대부분의 땅은 영국 지주에게 넘어갔고, 아일랜드인들은 소작농이 되고 말았죠. 당시 영국은 인구가 급증하자 아일랜드를 식량 기지로 삼았어요. 밀, 소, 돼지는 대부분 영국으로 수출됐죠.

자신의 땅이 없는 아일랜드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구황작물, 감자를 선택했어요. 미국에서 수입한 감자는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죠. 사실상, 감자 외에는 먹을 것이 없었죠. 이게 문제였어요.

1842년, 미국에서 감자에 치명적인 ‘감자 마름병’이 발생했어요. 이 병은 1845년 즈음에는 유럽에도 번졌어요. 특히 아일랜드는 2~3개월 만에 전국적으로 병이 퍼져 나갔고, 감자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아일랜드인은 그렇게 ‘아일랜드 대기근’을 맞이했습니다. 1851년까지 무려 240만 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되는 대재앙을 겪었어요. 100만 명 넘는 인구가 살기 위해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야 했죠. 감자 마름병이 발생하기 전 아일랜드 인구는 800만 명.

이 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1920년 즈음, 아일랜드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해 있었습니다. 2021년 5월에는 아일랜드 인구가 대기근 이후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아직도 인구를 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란 얘기죠.

감자 외에는 먹을 것이 없던 아일랜드인들은 영국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영국은 도움을 거부했습니다. 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지금도 영국을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에는 아일랜드 대기근, 즉 감자 파동도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한얼 기자 news@econoi.com


 

991f72517781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