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김상호

<8> 시금치

뽀빠이 영양식·어린이 최고 식품, 시금치 


안녕, 나는 시금치야. 

너희를 만나게 돼서 참 반가워! 나처럼 사람에게 좋은 채소도 별로 없는데, 몰라주는 어린이들이 많거든. 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딱 좋은 건강 먹거리야.

성장기에 꼭 필요한 칼슘, 철분,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거든. 

옛날에 큰 인기를 끈 만화, ‘뽀빠이’에`1서는 주인공이 힘이 빠질 때마다 시금치를 먹어.

 그러면 팔에 근육이 불끈! 올라오면서 악당을 물리치지. 그만큼 몸에 좋다는 뜻이야.

참, 얼마 전 내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거, 아니? 

날씨 영향으로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래. 한 박스에 1만 5천 원 하던 내가 4만 5천 원까지 치솟았으니…. 오죽하면 추석 때 잡채에 언제나 들어가는 나 대신 부추를 넣었을 정도였다더라.

다행히 최근 들어 가격이 많이 내려서, 다시 가게에서 ‘시금치 무침’과 ‘시금치 잡채’를 만날 수 있대. 

다들 나를 많이 먹고 건강해졌으면 좋겠어.

 

봄과 가을 시금치, 씨앗과 생김새 달라

농부 아저씨는 우리를 수확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씨앗을 뿌려. 봄과 가을에 씨앗을 뿌리지. 

이때 조심해야 할 게 있어. 나는 봄 종자와 가을 종자가 달라.

같은 씨앗을 심으면 안 돼.

실제로 우리 주인아저씨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며, 가을에 봄 종자를 심어 봤어.

 그 결과 싹이 거의 나지 않았다고 해. 자연의 신비지.

씨앗은 동양종과 서양종이 있어. 봄철인 3월에 심으면 두 달 지난 5월 말 즈음에는 수확할 수 있어. 

3월에 심을 때는 서양종 씨앗을 뿌려야 해. 이에 비해 8월 말에 심어 늦가을에 수확하거나, 아니면 월동(겨울을 넘김)하고 이듬해 봄에 수확할 때는 동양종 씨앗을 뿌려야 해.

 동양종과 서양종은 이름만 다른 게아니라 씨앗이 다르고, 생김새도 차이가 있어.

 

영양 없이도 잘 자라지만 산성화 땅 “싫어!”

나는 서늘한 날씨를 좋아해. 섭씨 5도만 넘어도 싹이 날 정도로 추위에 강하지. 

영상 15~20도에서는 아주 잘 자라지만,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성장을 멈추거나 죽어. 더위는 질색이야.

특히 동양 종자는 더위에 아주 약해. 그래서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봄에 씨앗을 뿌릴 때는 서양 종자를 뿌려. 추워지는 가을에는 동양 종자를 뿌리는 거고.

나는 특히 산성화된 땅은 아주 아주 싫어해. 나는 병해충에 강하고, 특별한 영양분 없어도 잘 자라.

 하지만 산성화된 땅에서는 병들고 잘 자라지 못해. 그래서 나와 친구들 씨앗을 뿌릴 때는 땅이 어떤 상태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해. 이걸 모르고 그냥 씨앗을 뿌려서 실패한 뒤 많은 농부가 “시금치 농사가 어렵다”라고 말하지. 때에 맞는 종자를 고르고, 땅의 산성화 여부를 확인하면 농사 실패를 줄일 수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 땅은 대부분 산성화가 심각해.

 화학비료와 각종 대기오염에 찌든 빗물이 주원인이야. 많은 농부가  화학비료만 주면서 농사를 짓는 데다, 공해에 물든 산성비마저 내리니 우리가 자라기 힘든 산성 땅이 되는 거야.

해결책은 땅의 중성화 작업이야. 천연비료나 칼슘이 많은 조개껍질 등을 밭에 뿌려주는 거지. 

글·사진 도시농부 김상호


유전자 조작과 종자 주권

기온, 흙 성질, 계절에 맞는 씨앗 등 세 가지만 맞춰주면 우리는 아주 잘 자라. 

그런 데, 요즘 심각한 고민이 하나 생겼어. 사실상 내 후손이 없어지고 있어.

너희는 책에서 모든 식물은 씨앗이나 열매를 통해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고 배우고 있을 거야.

 씨앗으로 번식하는 건 맞는데, 자손 번식은 사실상 어려워. 씨앗을 종자회사에서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야. 회사에서 구매한 씨앗을 심어 재배하고, 씨앗을 받아서 심으면 다음 해에는 싹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 종자 회사에서 유전자를 조작해서 번식능력이 없는 씨앗을 팔고, 매년 계속 자기네 씨앗을 사 가게 하는 거지. 이게 우리나라 종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씨앗 회사의 판매 전략이야.

여기에 대책은 딱 하나. 우리 고유의 토종 씨앗을 구해서 보급하는 거야. 내 주인인 도시농부 아저씨도 매년 씨앗을 받아서 심어 보는 데 계속 실패야. 토종 씨앗을 구하려고 애쓰지만 잘 안되나 봐. 어쩔 수 없이 종자 회사에서 씨앗을 사고 있지.

우리나라는 사실상 종자 주권이 거의 없어. 다국적 씨앗 판매회사가 주권을 행사하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종자 회사가 외국에 팔려 생긴 일이야. 주권은 정말 소중하고, 그래서 잘 지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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