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이야기

고운골 어의곡에는 ‘TV 스타’가 산다

여섯 번이나 방송 소개된 이재희 님

 

단양군 고운골, '소백산 1번지' 어의곡에는 ‘TV 스타’가 산다. 일반인인데, 공중파에 여섯 번이나 소개됐다. 그것도 ‘내 고향 6시’, ‘살어리랏다’ 등 굵직한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이 정도면 방송 스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70년 넘게 어의곡 1리 위 엉어실에 살고 있는 이재희 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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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골 스토리텔러가 이런 스타를 만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 


“달래 캘 때 알려주세요. 같이 캐고, 캔 달래는 구매하겠습니다.”


3월 하순, 재희 님 연락이 왔다.


“오늘 오후에 캐려고 해요. 오실 거죠?”


전에도 경로당에서 몇 번 간단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날은 달래를 캐면서 1시간 넘게 이 스타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비탈에 뿌리내린 달래를 캐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힘든 인터뷰였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막힘없이 쏟아내는 이 여사의 말은 그녀가 왜 ‘TV 스타’인지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첫 번째 궁금증.


시골, 그것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아야 찾아갈 수 있는 소백산 자락 깊은 산골에 사는 평범한 어머니가 어떻게 이렇게 자주 TV에 출연하게 됐을까. 재희 님을 만나보고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녀는 PD들이라면 더없이 좋아하는 출연자다. 여사는 속된 표현으로 ‘말빨’이 세다. 말을 아주 잘한다. 그것도 주제에 딱 들어맞는 말을 한다. '말이 많다'에서 떠오르는 '수다'와 전혀 다르다.  ‘달래 인터뷰’에서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들었다. 막힘없이 말한다. 말이 많은 게 아니다. 말을 잘한다.


기자 “여사님. 이렇게 여러번 TV에 출연했어요? 달인도 아닌데...”

이 여사 “PD들이 좋아하는 타입이래요.”

기자 “그게 무슨 소리죠?”

이 여사 “3시간 걸릴 촬영 스케줄을 저랑 하면 2시간에 끝낸대요.”

기자 “이해했어요. 공감합니다.”

 

PD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요인이 또 하나 있다.보통 출연자는 PD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 모든 그림은 PD의 머릿속에 있다. 그러나 이 여사는 아니다.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


기자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방송에서 PD는 왕인데...”

이 여사 “생각해 봐요. 방송국에서 나를 찾아왔다는 것은 저의 농촌 생활을 담고 싶은 거잖아요. 

농촌 생활이라면 내가 더 잘 알죠.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런저런 방안을 제시해요. 

PD들이 제 의견을 잘 받아들이더군요.”

 

그녀가 ‘TV 스타’가 된 요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옛것’이다. 위 엉어실은 깊고 깊은 산골 마을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된다.‘저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 재희 씨와 그 가족이 살고 있다.


‘소백산 1번지’(기자가 붙인 지명)에 걸맞은 경관이라 그런지 지금은 여러 가구가 살고 있다. 재희 씨 집에는 아직도 디딜방아가 있다. 사용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희소성을 강조한다. 그 흔한 보일러도 없다. 산 나무를 이용해 군불을 뗀다. 저녁 시간이면 짙은 연기가 어의곡 산자락으로 널리 퍼진다. 안방은 연탄불이다. 이런 옛것이 PD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재희 여사는 솜씨가 좋다. 워낙 오래된 먹거리라 대부분 잃어버린 맛을 그녀는 여사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달래 캐는 날, 어제 만든 조청의 달콤함과 시원한 식혜, 올해 담근 고추장의 매콤함에서 온몸에 각인된 것이 바로 ‘옛 것’, ‘옛날 맛’이다. 그 뿐인가. 옥수수와 팥을 섞은 강냉이 죽도 만들어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다. 방송을 보고 옛 맛이 그리워 구매 의사를 전해온 사람도 있다. 모두 잊은 맛. 그녀는 어떻게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까.


“단양에서 26년 동안 시내버스 기사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했어요.”


‘기사 식당’이란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우리나라 기사들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장독대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료는 모두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이며, 직접 만들었다.

 

“호적에 정확히 1947년 생, 돼지띠로 돼 있어요. 남편보다 몇 살 더 많아요."


일흔 중반을 넘긴 나이. 힘이 넘친다. 여전히 활기차다. 아직도 험한 밭일을 거침없이, 거뜬히 해낸다. 26년 간 했던 식당일, 퇴직 후 8년이 또 지나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변함없이 밝고, 활발하다.


“KBS 아침 마당도 출연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재희 씨 말에는 남다른 도전과 열정이 담겨있다. 재희 여사는 이곳이 고향이다. 양찌쪽 비탈길 한편에 마련한 작은 달래 밭. 열심히 달래를 캐던 이 여사가 밭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태어난 곳이 바로 여기예요.”


태어나서 7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왔다. 깊은 산속 생활이지만, 어렵지 않게 살았던 기억이다. ‘살어리랏다’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여섯 살 어린 소녀의 모습도 가난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이곳 대부분이 우리 땅이었어요.”


그리고 휘젓는 손길이 꽤 넓다.

 

여기까지 말을 듣다 보니 한가지가 확실하게 이해 가는 대목이 있다. 왜 방송 PD들이 재희 여사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재희 씨는 ‘만두 여사’로 통했다. 12월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만두를 만들어 팔기 때문이다. 


그녀의 만두는 독특하다. 우선 모양새. 보통 만두 하면 동그랗거나, 길쭉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여사의 ‘엉어실 만두’는 세모다. 크기도 작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김치만두다. 어의곡 만두는 겨울이 되면 거제도에서 서울까지 전국에서 주문이 몰려온다. 이유가 뭘까. 옛날 맛, 산골 맛, 고향의 맛이다. 좀 두껍게 느껴지는 만두피는 속이 비치는 얇은 만두피에 익숙한 우리에게 조금 낯설 게 다가온다. 하지만, 곧 식감이 좋다는 것을 느끼면서 낯설고 이상함은 특별함으로 바뀐다.


매콤하면서 싱싱한 맛이다. 두부, 김치 등 모든 재료를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다. 그래서 건강한 맛이 난다. “엄마가 알려준 그대로 만들고 있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재희 씨는 현재 조청,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옛 맛을 판다. 여기저기 알려져서 판매가 잘 되는 편이다. 지난 겨울에는 꽤 많이 팔았다. 봄이 되고 날씨가 풀리면 더 이상 만두를 만들지 못하는 게 아쉽다.

 

재희 씨가 사는 어의곡 마을은 무엇보다 ‘깨끗한 환경’이 좋다. 소백산 1번지 답게 맑은 물이 사철 흐르는 깊은 계곡이 있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이어지는 길을 걷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산은 깊고, 공기는 맑다. 아직도 산에서 나오는 물을 그대로 먹을 정도로 청정한 환경을 자랑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환경을 유지하는 데는 이 여사의 남편인 박진돌 씨의 역할이 크다. 오랫동안 이장을 맡으면서 이 골짜기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의곡 끝자락 위 엉어실에는 이재희-박진돌 부부가 물과 나무, 달래와 함께 살고 있다.




 

저녁이 됐다. 

골짜기에는 짙은 연기가 날린다.

재희 씨 아궁이에 군불이 지펴졌다.

아주 오래 전, 배고파도 행복했던 고향 집 굴뚝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노랑 그네>로 돌아갈 시간. 

비탈에서 달래를 캐며 지친 몸을 물소리에 맡기고 가볍게 걷는다. 

지금도 가끔 뒤를 돌아본다.

아직 내게 물소리가 차 소리로 들린다.


[고추장, 된장, 간장, 만두(겨울철만 가능) 주문] 010-8744-2939


글 ·사진 고운골 박원배 기자


0d7c7103d39ab.jpeg▲ 달래 캐는 이재희 님. 공중파를 중심으로 여섯 번이나 방송 주인공이 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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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희 여사가 옛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장독대. 직접 농사 지은 재료를 이용해 고추장, 된장, 간장을 만든다. 판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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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군불로 구들을 달구는 재희 씨. 디딜방아도 있다. 이런 모습에 재희 씨의 옛날 손맛이 '어의곡 스타'가 된 요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그후...

2024년 4월 19일. 이 여사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다시 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MBC '생방송 오늘'. 위 엉어실 이 여사 집으로 갔다. 일상을 그대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사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룬다고 PD가 설명해줬다. 방송팀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언젠가는 노랑그네도 소개할 그날을 기대하며.


그나 저나 우리 동네 스타는 한번 더 방송 경력을 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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