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동화

[단양 정솔미 화가 x 어의곡 박원배 작가] 낙엽은 자연의 이불이에요

작품명 : 학교 다녀왔습니다 (캔버스에 아크릴 / 53x45.5cm / 2022년 / 정솔미)


[정솔미 화가의 말]

피곤한 월요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벗어 던지고

반기던 강아지와 그대로 바닥에 눕습니다.

켜켜이 쌓여 폭신해진 낙엽만큼이나 편안해 보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박원배 작가 동화]

가을이 깊어지던 어느 날.

시환이 가족은 가을 나들이를 떠나기로 했어요.

멀리서 본 산은 온갖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있었어요.


발걸음을 옮겨 가까이에서 보니, 멀리서 볼 때와는 달랐어요.

온 산이 싱그러운 초록색을 벗고 차가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죠.

들판에 남은 푸른색이라곤 몇 포기 남은 가을배추뿐.

떨어진 은행잎이 만든 폭신한 침대가 그나마 쓸쓸한 가을에 온기를 채워요.

이래서 사람들이 가을을 탄다고 하나 봐요.


시환이와 채환이도 즐거운 나들이에 어울리지 않게 차분한 모습이에요.

"가을은 아름다운 슬픔이야."

"우리 시환이는 시인이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니?"


아빠의 물음에 시환이가 대답했어요.

"단풍은 아름다워요. 그래서 단풍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단풍이 다 떨어지면 산과 들의 아름다움도 끝이 나고,

사람들도 찾지 않겠죠. 그래서 슬퍼요."

"맞아요. 가을 나무는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뜨거운 햇빛에서

지켜준 나뭇잎을 버려요."

채환이도 낙엽을 슬프게 바라보았어요.


이대로 가을 나들이가 우울하게 끝나야 할까요?

그때, 엄마가 나섰어요.

"얘들아. 낙엽은 끝이 아니야. 내년에도 나무가 새로운 잎과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집으로 돌아온 시환이와 채환이.

나들이를 다녀와서 받은 느낌을 글로 표현했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 앞에서 작은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먼저 나선 건 동생 채환이에요.

"낙엽은 이불이에요. 자신을 키워준 나무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도록 땅을 덮어 도와줍니다."


조금 긴장한 얼굴로 오빠 시환이도 글을 읽었어요.

"낙엽아, 안녕. 나는 나무야. 너는 나를 가장 아름답게 만든 멋진 친구야.

색은 변하고, 모양은 달라졌어도 추억을 간식한 내 친구야."


감동적인 발표가 끝났어요.

엄마, 아빠의 박수갈채에 시환이와 채환이의 표정이 밝아졌어요.